why not
by 흐엉
난 그 술에 쩔은 냄새가 싫어
 술이 싫다. 술을 많이 마신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가 싫다. 술 주정이 싫다. 술 먹고 신세한탄하는것도 싫어. 토하는건 최악이다. 흐트러진 모습이 싫다. 취중진담을 핑계로 술을 마실때만 하는 얘기들이 싫다. 취했잖아 다음에 얘기해라고 얘기하면 안취했어 진짜야 진짜 안취했다고 하는 뻔한 얘기가 지겹다.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았을때,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를 꾸역꾸역 집어 넣으면서 집에 오는 도중에 마트에 들려 술을 샀다. 젊은 여자가 대낮부터 카트에 술을 두개 넣어 계산한다는 것이 신기했는지 주위에서 오는 시선을 느끼며 계산을 했다. 손에 들고 오려다 가방에 있는 책을 조금 꺼내고 술을 가방에 넣었다.

집에 와서 혼자 술을 마셨다. 친구들이 술을 마실때 눈치를 보며 찔끔찔끔 먹은 적은 있지만 그렇게 마음먹고 먹은건 이번이 처음이였다. 강한 탄산들이 목구멍을 괴롭혔다. 아침과 점심을 대강 때운 탓인지 탄산은 목구멍을 괴롭히다 이내 곧 위장을 괴롭혔다. 함께 사온 도넛을 안주삼아 꾸역꾸역 먹었다. 아파도 이거 다 먹고 말거야라는 오기가 들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방구석에 앉아 오빠에게 들킬까봐 몰래 술을 먹는 내가 웃겼는지도 모른다. 다 먹은 술병은 들키지 않게 침대 아래로 숨겼다. 침대에 눕자 뇌수가 출렁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술을 척척 마시면 즐겁다며 이게 뭐야? 다시는 술을 꿀꺽이며 먹지 않을거야라고 다짐을 했다. 눈이 감겨왔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by 흐엉 | 2008/10/22 12:07 | 뻔한 거짓말 | 트랙백 | 덧글(0)
누군가의 기억속에 살아있다는 것
 언제나처럼 방에서 찌뿌둥하게 잠자고 있던 나를 엄마가 깨우며 말했다. 흐엉아 너 어제밤에 너 남자친구가 전화왔었는데 너 핸드폰 번호 가르쳐달라는데 수상해서 안가르쳐줬어. 오늘 다시 전화할거래. 아 엄마 나 남자친구 없는데???????라고 했지만 엄마는 계속 남자친구라면서 오히려 나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봤고, 더 이상 말하면 뭔가 더 변명이 될 것 같아서 그냥 알았다고 대답하고 다시 잠을 잤다.

오후 9시

집으로 전화가 왔다. 아 이게 어제 왔던 그 미스테리한 전화구나 라고 단박에 느꼈다. 전화를 받으니 진짜 난생 처음들어보는 낯선 남자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조심스러운건 그쪽도 마찬가지였다. 내 쪽에서 먼저 누구세요라고 묻자 나 초등학교 동창 누구야.라고 말을했다. 아 동창......근데 왜 엄마는 남자친구라고했지. 엄마가 야근하는걸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다음달 즈음에 동창회 하려고 하는데 너도 나올래?라고 당연하게 묻는 그 애를 보고 놀랐다. 아니 왜 그런 자리에 내가 나갈거라고 생각하지.

그 모임을 무시했던건 아니다. 오히려 내 자기비하면 자기비하겠지. 초등학교때와는 거의 180도로 달라진 내 성격을 모르기때문에 나를 불렀을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때 얘기를 하는데 내가 자기를 많이 때렸었잖아. 그때 니가 나 교과서로 때리다가 모서리에 맞아서 진짜 아팠다 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그 애를 보고 신기했다.

아 내가 다른 사람 기억에 이렇게 기억되고 있구나,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있다는게 좋은거구나, 내가 그런면도 있었어, 그때는 즐거웠어라는 생각에 머리가 멍해졌다.

내가 잠시 말을 하지 않자 기억안나?라고 묻는 그 애를 보며 응 그러게 나는 기억이 잘안난다 라고 대답했다. 내 목소리가 좀 어둡게 느껴졌는지 오랜만에 전화했는데 혹시 내가 안반갑냐며 거듭 물어보는 말에 아니야 반가운데 내가 지금 자다 일어나서 그래라고 변명을 했다. 머리가 멍했다.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초등학교때의 기억을 곱씹느라 대답을 건성으로 했다.


결국 그 동창회는 나가지 않았다. 마주볼만한 기력이 없었다. 다만 나는 그 날 저녁 온방을 뒤져 찾아낸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보며 그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고 있었다.
by 흐엉 | 2008/10/22 11:42 | 뻔한 거짓말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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